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바다출판사 펴냄)는 과학사를 다 룬 방대한 저작이다. 과학의 눈으로 본 문화사이자 인류사다.
인류의 발상지인 동아프리카 오모 강에서 시작해 알타미라 동굴, 알함브라 궁 전, 이스터 섬, 마추픽추, 바티칸의 비밀문서 보관소, 뉴턴의 도서관, 가우스 의 관측소 그리고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시선은 인간이 그 자신의 지적 지평을 확장해간 역사적 공간과 파괴의 현장에 도달한다.
인간에 대한 기꺼운 열정 혹은 인간에 대한 무서운 집념이 빚어낸 역작이다.
저자 브로노우스키는 1908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기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헐(Hull)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책 `인간 등정의 발자취'는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감 히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업적을 보여준다. 자연과학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예술 문학 종교 기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누빈다.
부싯돌에서 기하학을 발견하고, 건축물의 아치에서 상대성이론을 찾아낸다.
그는 “발명과 발견은 자연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지배하는 인간의 특수한 능력 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책에 담긴 인간과 과학간의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하다.
고대 예리코 지역의 잡종 밀 개량에서 농협혁명의 단초를 찾아내고, 찬란한 잉 카 문명이 멸망한 이유를 추적하면서 문명충돌을 이야기한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연금술이 현대 과학으로 발전한 계기를 발견하고, 아랍세계 에서 천문학이 발달한 이유가 종교적인 기원이 있음을 밝혀낸다.
브로노우스키는 인간과 과학이 만나 만들어낸 창조, 혹은 파괴의 현장을 분석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면서 저자는 한 가지 진리를 발견한다.
그 진리는 “인간에 중심을 둔 과학만이 미래를 밝힐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끝 을 맺는다.